나라는 별 볼일 없는 놈과 한 성우에 관련된 이야기 성우정보연구소

따지고보면 오덕질을 해온지가 대충 15년 이상은 된 거 같습니다. 그냥 게임, 애니메이션 좋아한 걸로 치면 20년도 훨씬 넘었고.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중에 저에게 깊은 인상을 준 작품, 혹은 목소리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게임 쪽을 말하자면 제 에로게 플레이의 근간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회사 C's Ware의 게임들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세턴 판 EVE the lost one으로 시작한 시즈웨어 빠돌이 인생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EVE Burst Error을 하면서 폭발해 저로썬 보기 드물에 그 회사의 관련 게임을 모조리 클리어하는 상황까지 갔었으니까요. 그런 시즈웨어의 게임에서 단골로 출연했던 한 성우분이 계십니다.
C's Ware
앨리스 / Luv Wave
쿠사나기 레이코 / DISIRE 완전판
티나 / DISIRE 콘솔판
오쿠이 마미 / DIVI DEAD
마츠모토 히토미 / 메이드 이야기
메어리 / 금단의 혈족 G.Lo.Ri.A
파르 / XENON

ELF사의 게임이나 다른 에로게에도 흥미를 갖고 굳이 다른 사람 집에 놀러가서 PC-TOWER용 게임으로 음성을 들으면서 좋아라했던 추억도 이제와서 생각이 납니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에로게를 많이 했던 시절인 거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넘겼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역시 여러번 본 성우분이 계시더랍니다.
기타 에로게
미키 / VIPER CTR
시마키 카나 / 노노무라 병원 사람들
아카가와 리카 / 이사쿠
미이나 / 카와라자키 일가의 사람들
라이카 / VIPER F40
사에키 유미코 / 토리코

애니메이션을 덕후스럽게 보기 시작한 건 90년대 중반쯤 부터인 거 같습니다. 그 무렵 동네에서 뭔가 오타쿠스러운 가게에 가면 흔히 구할 수 있었던 에반게리온 비디오를 보기 시작한 무렵부터, 아니면 PC통신에 가입하면서 야간 정액을 이용해 다운 받고 차침에 보는 생활을 시작하면서 인거 같습니다. 그 무렵에 좋아했던 애니 많았죠. 많이는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볼려고 용산 다니면서 VCD도 꽤 사다 날랐었고 했더랍니다. 그리고 그때도 그 이름은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90년대
텐죠 우테나 / 소녀 혁명 우테나
크리스 크리스토퍼 / 배틀 어슬리트 대운동회
사사키 리카 / 카드캡터 사쿠라
미토 / 우주해적 미토의 대모험

2000년대 들어서는 모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특히나 그 무렵의 대세였던 나키게, 그러니까 Key사의 게임들에서 자주 봤던 이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어가 지금보다도 훨씬 부족했던지라 번역집을 읽으면서도 눈물을 좍좍 흘렸던 기억이 있는 게임들. 그리고 2000년대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우 중 한 분인 아사노 마스미 씨를 알게된 계기가 된 작품 중 하나인 '작은 눈의 요정 슈가'에서도 볼 수 있었던 이름이기도 했습니다.
군 전역 직후 안 보고 무시했던 AIR를 플레이하며서 엉엉 울기도 했고 나이들고 회사 다니면서 CLANNAD를 플레이하면서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라임색 류기담을 하면서 라임이로 전기담의 열화된 모습에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네, 그랬습니다.
00년대
카미오 미스즈 / AIR
환상 세계의 소녀 / CLANNAD
루루 / 가이킹 THE LEGEND OF DAIKU-MARYU
아테나 / ARIA 시리즈
리넨 / 라임이로 류기담 X
쿠라타 사유리 / Kanon
슈가 / 작은 눈의 요정 슈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활기차고 건강한 목소리로 들으면 힘이 나는 목소리였습니다. Luv Wave의 앨리스가 너무너무 좋아서 그 버그 덩어리같은 게임을 몇 십번을 플레이했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였습니다(근데 앨리스는 딱히 활기차거나 건강한 목소리는 아니었구나).

하지만 2011년 6월 9일부로 저는, 우리는, 우리들은 그 목소리를 영원히 잃게 되었습니다.

카와카미 토모코. 향년 41세. 몰일 2011년 6월 9일

생전 병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셨던 분이십니다. 부디 지금 가신 세상에선 아픔과 고통없이 더 편안한 삶을 보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전, 이제 어제가 되어버렸군요, AIR를 보면서 애니메이션 보면서 흘릴 눈물을 한 3년치는 울어버린 거 같습니다. 제 별 볼일 없는 청춘에서 가장 중요한 페이지를 하나를 매꿔 준 성우분이셨습니다. 더 이상 없을 정도로 감사하고 있고 언제까지고 그리울 겁니다.


아, 눈물샘이 또 샘솟을려고 하네. 오늘까진 좀 우울할지도 모르겠지만, 살아야죠, 저도. 힘냅시다. 네.
그럼 이만…

덧글

  • 크레멘테 2011/06/11 00:21 # 답글

    알바하고 마치고서 트위터를 열었는데 부고소식에 정신이 멍해지더군요.
    ...진짜 오늘 하루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맘껏 울고, 내일부턴 다시 힘내야죠. 오늘 하루만큼은...
  • Nikins 2011/06/11 00:32 #

    가오...
  • 피그말리온 2011/06/11 00:22 # 답글

    정말 AIR에서의 그 연기가 현실이 된것만 같아서 더 먹먹합니다....
  • Nikins 2011/06/11 00:32 #

    골 하셨다고 생각해야겠죠. 암으로 오래 고생하신 분이시니.
  • 밥상뒤집기 2011/06/11 00:29 # 답글

    술한잔 했습니다.

    아리아를 다시보는데, 눈물이 흐르네요
  • Nikins 2011/06/11 00:33 #

    전 AIR.
  • 크레멘테 2011/06/11 00:46 #

    전 그래도 꼴에 시험기간이라고 안 보고 있는데 끝나는대로 저도 AIR 스트레이트 재탕 들어갈 생각입니다.
    ...여름이네요. 실은 여름이기도 해서 게임을 잡을까 했는데 게임은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고...
  • MANIAC 2011/06/11 00:32 # 답글

    개인적으로는 다른것들도 있지만 온센 최장수 라디오가 이렇게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는게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네요. 츳츠신이 간략하게나마 추도문 녹음해서 배포할런지...
  • Nikins 2011/06/11 00:34 #

    개인적인 생각으론 평소부터 교우관계가 있던 지인들과 모여서 어떤 식으로든 완결을 지어주리라 생각합니다. 그 오랜기간 동안 휴식중이라고 달고 결코 끝내지 않아왔던 방송이니까요.
  • 라디오타쿠 2011/06/11 00:45 # 삭제 답글

    저도 방금 부고 소식 들었습니다. 실제로 뵌 분이 아니더라도 이런 소식을 듣게 되면 기분이 뭐라 형용할 수가 없네요..
  • Nikins 2011/06/13 17:24 #

    저랑 아는 사이야 아니지만 슬픈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진짜.
  • 比良坂初音 2011/06/11 01:12 # 답글

    ......후우....
    왜이리 아까운 분들이 많이 가시는 건지...
  • Nikins 2011/06/13 17:24 #

    암투병 후 사망은 슬프네요.
  • nijinosaki 2011/06/11 08:01 # 답글

    단순건강문제인줄 알았는데...암이라니...ㅠ.ㅠ

    정말 안타깝습니다....ㅠ.ㅠ
  • Nikins 2011/06/13 17:24 #

    몇 일 지나서 좀 안정되긴 했는데 지금도 좀 슬픕니다.
  • Serin 2011/06/13 15:27 # 답글

    이분.... 의외로 내가 아는 작품에 많이 나오셨었구나 ( __)...
  • Nikins 2011/06/13 17:25 #

    님도 일단 90년대부터 애니본 사람이니 많이 알겠지.
  • fhfh 2017/10/12 00:14 # 삭제 답글

    Viper F40의 라이카 성우랑 AIR의 카미오미스즈랑 같은 성우라고요?????????????????????
    믿기 어렵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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