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괴인 시리즈 #02 - 둔탱이 판매원 일상고통한탄소

전의 1회가 분명 11월 1일이었으니… 어찌됐건 연재로써는 이어지는 셈인가. 월간이긴 하지만.

링크:지하철 괴인 시리즈 #01 - 지구폭파범

최근 지하철 타는 빈도가 좀 줄어들어서 좀 안심했더니 "짧은 시간 동안에도 괴인을 만난다"라는 강화된 어빌리티가 생긴 건지 몇 정거장 안 되는데도 만나버립니다. 미치겠습니다. 뭐… 이것도 나름 즐거운거라면 즐거운 거겠지만. 사실 저도 저한테 피해 안 오는 괴인이라면 이젠 꽤 즐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02 - 둔탱이 판매원
아무래도 대학교 시절에 가장 희귀한 괴인을 많이 만났던 거 같네요(아무래도 학교 가는 동안 1시간은 지하철이었으니). 사실 학교 다니던 시절은 아니고 1년 백수로 놀았던 02년 무렵에 본 거 같지만. 이건 괴인이라고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좀 고민을 한 내용이지만 임펙트만큼은 정말 컸던 관계로 뽑았습니다.

그러니까 02년 중반 여름. 건대입구에서 홍대방향(지하철 2호선)으로 차를 타고 오던 중. 지하철의 단골손님인 잡상인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넘길려고 그랬는데… 그 판매원 「약 20대 전반쯤으로 보이는 외모에 적절하게 귀여운 타입」의 여성이었습니다. 보통 잡상인이랑 할아버지, 할머니, 그게 아니면 셀러리맨 풍의 아저씨가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필자는 그 꽤나 신선한 모습에 나름 관심이 가서 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가 판다는 것은 '전문학교에서 배운 금속세공기술로 만든 스틸제 브로치'였습니다. 퀄리티는… 뭐, 그저그런, 흔히 말하는 양산형 수준이었고 솔직히 4,900원이나 주고 살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아, 어째서 4,900원이냐하면 로켓처럼 뚜껑이 열리는 브로치였는데 안에 100원짜리가 한 개 들어있었습니다. 그래서 5,000원권 지폐 한장과 교환한단 얘기죠.

여하튼 그런 물건의 선전을 전형적인 '신출내기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군고구마 장사를 할 때 호객하는 느낌'의 광고를 좀 했습니다. 사실 내용은 잘 기억 안납니다만 '애쓴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만큼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말 애쓰네…

여하튼 그렇게 안쓰럽게 설명을 마친 그 분은 상품을 들고 지하철을 좀 돌아다니려는 지 주섬주섬 브로치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언뜻봐도 저건 좀 많은데… 라고 생각하던 찰나 예상대로

와르르르르~

멋지게 지하철 반 칸에 걸쳐서 브로치가 퍼져나가 버렸습니다. 지하철 딱 중간에서 날려 지하철 끝까지 간 것 같더군요. 하여간 엄청난 거리였습니다. 그러자 그 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그 여자분'은 모 굴강 신님 마냥 "아우아우아우"거리면서 애처롭게 물건을 수거하더군요. 하지만 워낙 물건이 많았다보니 한 번에 들지도 못하고 또 쏟고 뭐하고… 게다가 저쪽도 당황한 건지 손에 제대로 안 돌아…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끌끌

보다못한 주위 사람들이 브로치를 주워서 원래 모아놨던 큰 박스에 넣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자분은 여전히 아우아우 거리면서 연신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들은 브로치를 넣어주는 대신 돈을 주기로 하더군요. 뭐… 여하튼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그래… 역시 세상 모든 사람은 둔탱이를 감싸주는 거야. 이것이 바로 도짓코 소녀의 아름다움!(소녀는 아니지만). 역시 세상은 살만해! 뭐, 그런 식으로 훈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저야 안 샀지만.
여하튼 그렇게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 생긴 거 같았습니다.





















몇 일 뒤 지하철 1호선에서 똑같이 넘어지는 똑같은 인물을 보기 전까진 말이죠.


뭐야… 그럼 그때 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던 사람들 다 낚인거야?
… 훈훈하다고 생각한 나도 낚인 거야? 그런거야?




젠장… 빌어먹을 세상…

지금도 어리석은 우민들의 동정 섞인 돈을 갈취해가면서 썩소를 짓고 있을 그 여성분의 얼굴만 생각하면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를 세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 이만… From nikins

덧글

  • 紅蓮の炎 2007/12/20 12:52 # 답글

    아니아니........이건 또 굉장히 무서운 상술......;ㅁ;
  • 룬그리져 2007/12/20 12:53 # 답글

    세상, 세상따위!(울면서 달려간다)
  • 츠바키 2007/12/20 12:54 # 답글

    우와, 이거 강력하군요..(...)
  • 62六二 2007/12/20 13:02 # 답글

    세상은 아름답지 않군요..아아...ㅡㅜ 절망했어요
  • mp555 2007/12/20 13:18 # 삭제 답글

    좀 무섭네요.. ;ㅅ;
  • 을뀨 2007/12/20 13:20 # 답글

    흠좀무......ㄷㄷㄷ
  • kbs-tv 2007/12/20 13:21 # 답글

    오오 반전!
  • 스폴 2007/12/20 15:19 # 답글

    ...세상 계산대로 사는 사람이 이기는겁니다..
  • NusNimKiab 2007/12/20 15:53 # 삭제 답글

    헉, 멋있다
  • 미즈키 2007/12/20 18:08 # 답글

    ...이건 숨겨진 모에요소의 자극으로 지갑을 여는 상술이군요.


    ..아니면, 의외로 면접을 볼때 도짓코만 뽑아서 팔게 한다던가?!
  • 크로스핀치 2007/12/20 22:05 # 삭제 답글

    그래도 한 번 보고 싶...군요...
  • AyakO 2007/12/21 09:38 # 답글

    ...졸라 더쿠한테서 상술을 배웠나봅니다
  • SCV 2007/12/22 17:06 # 삭제 답글

    흠좀무...;;
  • 지니아르 2008/01/04 12:59 # 삭제 답글

    적절한 반전...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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