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가정교육 논쟁의견발사소

오늘은 모처럼 일이 쉬는 날이어서 PC방에 갔습니다. 집에서는 사양과 회선 문제로 이래저래 하기 그런 게 있거든요(딱 집어 말해 던파). 여하튼 평일 시간인지라 한가한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뒷자리에서 이런 대화가 들렸습니다.
「그래그래, 걔는 그냥 싸우지 말고 무빙샷 하면서 싸워야지」

게임 처음 하는 사람인가 하고 봤더니 어머니와 아들이었습니다. 아들 쪽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미취학으로 보이더군요. 어머니 쪽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모 게임(MMORPG는 특기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SUN이나 아크로드 같았음)에서 사냥을 하시면서 같은 파티원인 듯한 어린 아들을 가르쳐주고 있더군요.
모자가 같이 게임이라니 좋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저도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조금 지나니까 분위기가 점점 바뀌어갔습니다.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그냥 접속 끊어면 어떻해!」
「다시 접속해서 사과 안 할거야?」
「(~~~)한테 누가 잘못했는데 그냥 접속 끊어버리면 좋겠어? 그래?」

아마도 사냥 중에 뭔가 실수를 해서 파티원이 죽거나 뭐하거나 한 모양인데 아들 쪽이 사과 한 마디도 없이 그냥 접속을 끊어버렸던 모양입니다. … 뭐, 좋은 일은 아니지만 흔한 일이죠. 하지만 어머니 쪽에서 그거에 대해서 꽤나 강경한 태도로 계속 나무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들이 계속 뻐튕기자 어머니가 결국 아들의 컴퓨터를 강제로 꺼버린 다음에 끌고 가서 계산을 하시더군요. … 이게 한 1시간 전 일이니까 아마 아직도 혼이 나고 있거나 사과를 받아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 뭐, 이런 애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만 이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같은 세상에 정말 시급하게 필요한 「가정교육」이란 건 영어, 속독, 피아노 같은 게 아니라 오히려 인터넷 예절,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자주 접촉하게 되는 게임이나 게시판 예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것에 왜 가정까지 끌어들이냐,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시대에 인터넷이 하나의 사회, 나아가 또 하나의 세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인터넷 예절은 사회 예절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학교 교육으로 처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그게 그렇지도 않습니다. 학교에서 사회 예절 교육이 되는 이유는 학교 생활 자체가 하나의 사회생활이고 그 사회생활에서 실수를 하게 되면 즉시 벌칙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에 교무실 한두번 안 가본 사람은 없겠지요. 그에 비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인터넷 예절 교육은 그야말로 교과목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터넷 사회에 선생님이 돌아다니면서 말썽부리는 학생을 잡아 즉시 벌을 줄 수는 없죠.
근래의 '초딩'이니 '초글링'이니 하는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를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대도시에 혼자 떨어트려 놓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도시에는 환락가도 있고 탁아소도 있고 놀이공원도 있고 정부기관도 있죠. 누군가가 그 아이에게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나 필요한 예절을, 사회에서 부모님이 하시 듯이, 가르쳐 줘야 하는데 인터넷 세계에서 그런 걸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여기저기 찌르다보면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은 아무래도 어렵고 귀찮은 쪽보다는 알기 쉽고 단순하고 쪽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서도 '부모'는 필요합니다. 학교로는 사실상 그 아이의 인터넷에까진 관여할 수 없죠. 유일하게 그 아이의 인터넷에 직접적으로 개입해도 용납이 되는 존재라면 역시 진짜 부모님 뿐일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가정교육은 리얼 사회만을 책임졌다면 이제부터의 가정교육은 저런 형태를 빌어서 사이버 사회도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런 식으로 같이 게임을 한다던지, 같은 클럽에서 활동을 한다던지, 혹은 아이가 자주 다니는 게시판의 글을 체크한다던지 하는 정도의 노력을 필요하다고 봅니다.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인터넷은 익명성, 개인성을 무기로 개인적인 욕망을 분출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 곳은 이미 엄연한 사회이고 그 정도의 감시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전 독신주의자고 아마도 평생 아이와는 인연이 없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그 아이와 함께 인터넷 게임은 꼭 같이 할까 합니다. 단순히 놀기 위해, 아이를 오타쿠로 만들기 위한 게 아니라 교육 차원에서 말이죠.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것이 사회교육의 일환이라면 인터넷 게임을 같이 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을 가다듬지도 않고 두서없이 마구 내질렀더니 뭔가 이상한 것도 같네요. 뭐… 오늘은 그냥 가볼까 합니다.
그럼 이만… From nikins


P. S : 이 글을 벨리에 보낸다면 무슨 주제로 보내야될까 고민을 해봤습니다.
… 나 결혼도 안 했는데 육아 카테고리로 글 보내버리는거야?(결국은 선택 안 했습니다만…)

P. S : … 에이, 죽는 것도 아닌데 뭘~ 이라고 말하면서 육아 카테고리로 트렉벡 완료

덧글

  • 엔토류아 2007/01/30 15:05 # 답글

    정말 요즘 보기 힘든 어머님이시군요-_-)b
    부디 개념잡힌 아이로 성장할 수 있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 크레멘테 2007/01/30 15:06 # 답글

    이야... 괜찮네요.
    솔직히 처음 딱 글 봤을땐 '어머니랑 아이가 같이 온라인 게임을..?' 이라는 생각에 좀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아이에게 나무라는 어머니를 보고 어쩐지 감탄했달까...
    저도 독신주의라 아이랑 연이 없는데(랄까 전 애들 싫어하고)
    만약 아들이 생긴다면 같이 게임할지도.. 모르겠군요;;
  • 比良坂初音 2007/01/30 15:07 # 답글

    ....육아로 보내봐(.....)
    거참 교육 잘하시는 어머니일세
  • 을뀨 2007/01/30 15:09 # 답글

    멋진 어머님이십니다.
    이거 이오공감 가는 거 아닙니까? ㅎㅎ
  • 세뇌 2007/01/30 15:42 # 답글

    오오 이런 어머니가 필요한겁니다...
  • 리나 2007/01/30 15:50 # 답글

    훌륭한 어머님의 상( __)b
  • FreeMan 2007/01/30 16:17 # 답글

    오.. 정말 필요한 가정교육..
  • 아인 2007/01/30 16:27 # 삭제 답글

    호오... 멋진 어머님이시네요 =_=)乃

    저런 부모님들이 세상에 더 늘어나야하지 않을까 싶군요
  • 은빛날개™ 2007/01/30 16:55 # 답글

    훌륭하신 어머님이시군요 'ㅁ')b
  • Karyu 2007/01/30 17:01 # 답글

    오오... 정말 멋진 어머님! 인터넷 예절교육 부터 게임 까지 교육하다니!
  • 미즈키 2007/01/30 17:04 # 답글

    ...아들에 대해 제대로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신 분이겠지요
  • 折原浩平 2007/01/30 18:04 # 답글

    이오공감 고고(...)
  • Nikins 2007/01/30 18:21 # 답글

    엔토류아님 // 무뇌 대딩보다 훨씬 개념있는 초딩이 되길 기원합니다
    크레멘테님 // 솔직히 딸이랑 같이 게임하는 건 이 바닥 게이머들의 꿈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하츠형 // 보냈음
    을뀨님 // … 이오공감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겠죠
    세뇌님 // 저희 어머니는 게임의 게만 들어도 경기하시는 스타일이시라…
    리나 // 동감
    FreeMan님 // 요즘 같은 시대엔 특히 절실하죠
    아인님 // 수많은 초딩 키보드 워리어들을 보면 특히 그렇죠
    은빛날개님 // 그러게나 말이에요
    Karyu님 // … 어쩌면 어머님에게 쩔 받는걸지도?(어머니에게 쩔을 받는다라… 아하하)
    미즈키 // 같이 게임을 한다는 시점에서 그건 확실하겠지
    코헤 // 이오공감 올라갈 리가 있겠수… -_-;
  • 지벨룽겐 2007/01/30 21:15 # 삭제 답글

    확실히 저런 부모님이 필요하죠, 요즘은 인터넷이란 매체를 접하게 되는 나이대가 저희들과는 다르니;
  • 里村 2007/01/30 22:06 # 답글

    음. 좋네요 확실히.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개발부장 2007/01/30 22:07 # 답글

    오오, 이런 훈훈한 이야기가. 이오로 갑시다.
    하지만 왠지 제가 지하철이나 그런 데서 보는 어머니들은 모두 예절교육을 열심히 시키시던데 말이죠^^
  • 유카토스R 2007/01/31 00:31 # 답글

    ...무빙샷이라니 (...)
  • Nikins 2007/01/31 09:06 # 답글

    지벨룽겐님 // 저도 처음 PC통신을 한 건 중학교 때였는데 말이죠
    사토무라 // 동감
    개발부장님 // 사회 예절 교육과 인터넷 예절 교육은 따로, 또 같이 해야된다고 봅니다.
    유카토스님 // 어머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음. 왠지 와우하셨으면 공대 하나 쯤 이끄셨을 듯.
  • 자린군 2007/01/31 10:11 # 답글

    넌 육아에 대해서는 절대 문외한일 것이라 장담함
  • Nikins 2007/01/31 14:26 # 답글

    자린군 // 결혼 안 한 사람 중에서 육아에 대해 빠삭한 사람 있으면 그 사람 얼굴 좀 보고 싶군
댓글 입력 영역